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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잊히지 않을 봄을 향기로 묶다.
  • 작성자 : 강 * 란
  • 등록일 : 2024-12-14
  • 조회수 : 168

 

제주 공항에 내렸을 땐 어둠이 먼저 마중 나와있었다. 키 큰 야자나무의 사열을 받으며 숙소로 향하는 길 우린 그냥 웃었다.

30년 전 서른을 갓 넘은 나이에 분당의 24평 아파트를 분양 받아 이사를 왔고, 누구 엄마로 첫정이 들었다. 시간이 점점 짙어지며 우정은 별빛처럼 은은해졌다.

정숙 언니, 보배, 미자 우리 넷은 2 3일 일정으로 제주로 왔다.

렌터카 수속을 마치고 용산 제주유스호스텔을 네비에 찍고 GO GO.

어둠 속 40분 쯤 달린 것 같다. 하얀 건물이 눈으로 들어왔다.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따뜻했다

숙소 입구 무인 판매대 위에 한라봉 한 박스를 결제하고 키를 들고 방으로 왔다.

20평, 넷이 오순도순 머물기에 좋았다. 음식을 조리 할 수 있도록 집기류도 잘 구비 되어 있었고, 침구류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한라봉 껍질을 벗겨 접시에 담고 집에서 가져온 음식들로 제주에서 첫날을 녹였다. 행복이 입 꼬리를 올라가게 했다.

 

일찍 눈을 떴다. 새들이 머리 맡에서 합창을 했다. 창문을 열었다. 지척에 약천사가 있었다. 휴대폰 카메라를 줌으로 하고 풍경을 당겼다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아침 햇살에 눈부셨다 .우린 잠시 빨간 머리 앤이 되었다. 입에서는 연신 낭만을 외쳤고 감탄사도 끌어왔다. 허기가 밀려왔다.

지하 식당에서 황태 해장국과 성게 미역국, 전복 죽을 골고루 주문해 맛을 봤다.

제주 바다가 입 안에서 출렁였다. 고사리 나물도 연하고 맛있었다. 두 번이나 리필을 부탁 드렸다. 맛 평가 별을 아낌없이 주고 싶었다.

우린 보배가 짜놓은 계획표대로 움직이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정숙 언니와 미자가 번갈아 운전대를 잡고 제주의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녔다. 유채꽃이 넘실대고 보라 빛 무꽃들이 바람을 업고 강강수월래를 하는 것 같았다.

맛집과 찻집 순례도 달콤했다. 여행의 큰 즐거움이었다. 족욕 카페 앞 서귀포 바다는 온유했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뒤로하고 다시 숙소 쪽으로 차를 몰았다. 아침에 산책하고 싶었던 약천사로 향했다. 웅장하고 이국적이었다. 표정없는 돌하르방과 눈도 마주쳤다 .

연등이 매달려있는 틈 사이로 구름이 그려놓은 하늘이 보였다. 드라마틱했다 .거대한 대웅전 불상 앞에 마음을 얹고 합장을 했다

절 마당에 하귤 나무가 주렁주렁 매달린 제주는 탐라다

조금 걸었다. 숙소로 연결된 나무 계단을 올라가는데 동백 꽃잎이 조르륵 어깨를 타고 내려왔다.

음악 소리도 들렸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용산 제주유스호스텔 7주년 기념 행사를 알리는 무대가 있었고, 객석엔 사람들도 많았다.

친절한 미소로 직원 분들이 떡과 함께 경품권도 나눠 주셨다.

여행 중간 쇼핑한 물건들을 방에 올려놓고, 입술을 동백꽃처럼 발랐다. 거울 속에 나는 낯설었다.

보배야! 내 사주에 붉은색이 좋대. 혹시 알아? 경품권 하나 당첨될지”. 기대가 풍선만큼 부풀었다.

우리들은 주최 측이 마련한 알찬 무대를 흥겹게 즐기며 얼굴에 함박꽃을 만들었다.

경품은 붉은 입술로는 쉽게 닿지 않았다그래도 즐거움의 질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향기로운 시간이었다. 방에 올라와 캔 맥주를 부딪혔다.  

가성비, 접근성, 고객 만족도 엄지 척인 용산 제주유스호스텔의 발전을 마음 꾹꾹 눌러.

 

간단히 아침을 지어 먹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23일의 마지막 여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하얀 벽, 아치형 창문, 빨간 지붕이 예쁜 입구에서 우리 넷은 꽃으로 꽉 찬 사월을 프레임에 가두었다.

내년에 다시 이곳으로 오고 싶다는 바람 하나 길가에 던져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