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제주는 늘 조용하다.
관광지의 표정이 한 겹 걷히고, 바람과 파도 소리만 또렷해지는 계절. 아이와 매달 여행을 떠났던 한 해의 마지막 여행지는 제주였다.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새해를 기다리기 전의 느슨한 시간.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이 필요했다.
이번 여행은 오랜만에 아이 아빠까지 함께한 가족 여행이었다. 어딘가 특별한 곳보다는, 아이와 함께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용산제주유스호스텔이었다.
유스호스텔이라는 이름에서 떠올리는 단체 수학여행의 기억은,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조금 달라진다. 공간은 생각보다 단정했고,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움직이기에 부담이 없었다. 넓은 공용 공간, 복잡하지 않은 동선, 그리고 “여기서 뛰어도 되나?”를 굳이 묻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여유. 아이는 여행 가방을 끌다 말고 바로 복도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묵는 숙소에서 중요하게 보는 몇 가지가 있다. 이곳은 전반적으로 키즈프렌들리했고, 타월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어 아이와 지내는 동안 불편함이 없었다. 온수도 잘 나와 아이는 목욕 시간을 유난히 좋아했다. 여행지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로 아이 컨디션이 달라지는데, 그 며칠 동안 아이는 내내 평온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계획이 없었다. 아침에는 창밖으로 바다를 보며 느리게 씻고, 간단히 챙겨 내려가 공용 공간에 앉았다. 아이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풍경만 보고 있어도 충분한 시간이 제주에는 있었다. 무엇을 보러 가지 않아도,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이었다.
유스호스텔의 가장 큰 장점은 ‘잘 해내야 할 여행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아이가 조금 시끄러워도, 계획이 틀어져도, 날씨 때문에 하루 종일 실내에 머물러도 괜찮다. 연말이라는 시기 덕분에 숙소 전체가 한결 느슨했고, 그 느슨함이 아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작은 장면들이 오래 남았다. 편식이 심한 아이라 여행지에서는 늘 식사가 걱정인데, 숙소 앞 식당에서 옥돔구이를 생각보다 잘 먹어주었고, 제주에서 처음 먹어본 감귤도 유난히 잘 먹었다. 결국 서울로 감귤 택배까지 주문했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제주의 시간이 식탁 위에서 조금 더 이어졌다.
조용히 보낸 연말의 제주, 그리고 용산구민이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머물 수 있었던 점은 이 숙소를 더욱 신뢰하게 만든 요소였다. 화려한 시설이나 과한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아이와 함께 지내기에 필요한 조건들은 충분히 갖춘 공간이었다. 키즈프렌들리한 환경, 넉넉한 타월과 안정적인 온수,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컨디션이 여행 내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부모 입장에서는 분명한 기준점이 생겼다.
용산구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고, 운영위원회 대표로 활동하다 보니 아이 동반 여행이나 숙소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번 여행 이후에는 망설임 없이 용산제주유스호스텔을 추천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머물며 불편함이 없었고, 가격·환경·아이 시설의 균형이 잘 맞는 숙소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족 여행, 특히 아이와 함께하는 제주 여행이라면 충분히 선택할 만한 곳이다.
연말의 여행은 늘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용산제주유스호스텔에서의 며칠은 여행을 소비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천천히 보내는 연습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곳은 ‘괜찮았던 숙소’가 아니라, 다음 제주 여행에서도 다시 선택할 숙소로 남았다.
매년 아이와 함께하는 제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나는 이곳을 다시 고를 것이다.